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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15년, 길을 묻다] 이황 고려대 로스쿨 원장, “입시 자율성 보장해야 다양한 인재들 확보 가능” 


안재명 기자

2023-11-02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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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로스쿨 입시는 제도 도입 취지와는 반대로 다양한 전공 지식과 사회·직업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입학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평가 기준이 획일화돼 있다 보니 입학생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입시 부정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내려놓고 로스쿨이 자율적으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황(59) 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현행 로스쿨 제도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입시제도와 변호사시험제도 개선을 꼽았다. 공정성 우려로 정량 요소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선발해 양성한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고, 교육과정이 변호사시험 합격에 매몰됐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지금 로스쿨 입시는 공정성이 유일한 평가 기준이 돼 버렸다"며 "로스쿨이 자기 책임하에 다양한 인재를 선발할 때 다양한 법조인 양성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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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스쿨이 도입된 지 15년이 흘렀다. 공과를 평가한다면.
A. 
절반의 성공이라고 본다. 당초 다양한 전공 지식과 직업 경험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했지만, 획일화된 입시제도로 로스쿨 입학생들마저 획일화되고 있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목표도 변호사시험 합격이 모든 교육과정을 지배하면서 취지가 무색해졌다. 법학이라는 학문의 후속세대 단절도 심각하다.


Q.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는.
A.
획일화된 입시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로스쿨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는 진정으로 우리나라 법조와 사회 전반에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그런데 공정성이 유일한 기준이 되다 보니 학점, 리트 등 정량적인 요소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졌다. 현재 로스쿨 입학생들은 학부를 갓 졸업한 명문대 졸업생이 다수를 차지한다. 당초 기대했던 다양한 전공이나 전문 직업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점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로스쿨은 다양한 정성 요소를 입시에 반영하고 싶지만 입시 부정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정부 간섭, 그리고 변호사시험 합격 압박감 등으로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로스쿨이 다양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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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스쿨이 변시 준비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다.
A.
지금 로스쿨은 '변시 적합성'이라는 다섯 글자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합격률 50%, 초기 합격률 70%를 일컫는 50-70 현상도 정착됐다. 소위 말하는 검클빅(검찰, 로클럭, 대형로펌)에 합격한 최우등학생일지라도 변호사시험에서 삐끗하면 순식간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공포감을 느껴 시험 준비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합격자 수를 정해놓고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식의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Q.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나.
A.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먼저 실질적 법치주의 구현을 위한 적정한 법조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합격자 수를 통제하니 자격증에 과도한 프리미엄이 계속 붙는다. 어떤 수준과 자질을 갖춘 법조인을 로스쿨이 배출할지, 법학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 법조계는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공론화해야 한다. 3년이라는 기간 내에 사법연수원 시대와 같이 완성된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우수한 로스쿨일수록 주로 법 정책적, 법철학적 교육을 강조한다. 이후 로펌, 법원 등에서 실무경험을 통해 완성형 법조인으로 거듭난다. 로스쿨과 실무계가 합심하여 교육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다. 지난 15년간 쌓인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의 모순과 문제점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파괴적 혁신을 통해 로스쿨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