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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범 기계적 감경 재고해야", "재판소원 도입 등 형사법관 통제 장치 필요"...양형과 헌법 학술대회 



기존의 양형 기준을 구체적 범죄 행위에 맞춰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양형의 출발점은 헌법상의 원칙인 비례성 원칙과 평등 원칙인데, 초범을 기계적으로 감경하거나 서로 다른 죄에 동일한 양형 기준을 적용 하는 등 헌법상 원칙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형사법관이 헌법상 원칙을 지키고 기본권 보장 의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 한국공법학회(회장 이희정), 한국형사법학회(회장 노수환), 고려대 법학연구원(원장 이주원)이 공동주최하는 '2026년 양형과 헌법 학계 공동학술대회'가 1월 2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대한민국 형사사법의 100년 대계로서 양형과 헌법'을 주제로 진행됐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한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기조 강연에서 현재 양형기준이 불법과 책임에 상응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강간치사, 유사강간치사, 강제추행치사에 동일한 양형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며 "이것은 '행위 불법'이 아니라 사망이라는 결과만 고려한 '결과 불법'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불법성을 구분하여 양형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범에 대한 기계적 감경도 지적했다. 그는 지난 16일 법원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초범인 점을 참작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범죄의 경중에 관계 없이 초범에 대해 기계적으로 감경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형사법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강조하며 재판소원제도 도입을 제안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준일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형사법관은 기본권 보장의무를 부담하는 국가기관"이라며 "헌법상 원칙인 비례성 원칙, 평등원칙, 적법절차의원칙 등에 구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법관이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강제적 통제장치로서 형사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인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형위원회 운영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문중흠(40기) 판사는 양형조사를 담당하는 법원조사관 수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국 형사재판부 수에 비하여 양형조사를 담당하는 법원조사관의 수가 50명에 불과하다"며 "양형조사는 양형기준의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절차로서, 헌법상 관점에서도 폭넓게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상환(20기) 소장은 양형 과정에 판사 재량이 개입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공정성과 신뢰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 판사 개인의 가치관과 판단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의 양형기준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관점에서 적합한지, 특정 범죄 유형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양형이 상대적으로 편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형의 문제는 단순히 형사법적 차원에만 머물 수 없고, 헌법적 관점에서의 심층적인 검토와 성찰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동원(17기) 양형위원회 위원장은 그간 학계에서의 양형 논의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동안 '양형은 법관의 재량 판단 영역'이라는 실무적 성격이 지나치게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양형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학계에서 양형의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어떻게 양형에 반영할지는 실무보다는 학계에서 보다 잘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논의가 헌법적 시각에서 양형 기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회사를 맡은 이주원(21기) 고려대 법학연구원장은 국가형벌권의 정당성과 적정성, 개별 법관의 책무를 뛰어넘는 폭넓은 논의 등을 강조했다. 그는 "양형문제는 비단 형사법관 개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양형의 합리화를 위한 학계 차원의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술대회에는 장영민·김유환 이화여대 로스쿨 명예교수, 황성기 한양대 로스쿨 교수, 이기춘 부산대 로스쿨 교수,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 등 총 1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