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거침없는 공정위’ 첫 제동 건 법원

이주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한화에 대한 현장조사 과정에서 나온 명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법원이 공정위의 현장조사에 제동을 건 첫 사례다. 개인의 휴대전화와 PC 등을 마구잡이로 조사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공정위의 조사는 법적으로 ‘임의조사’다. 압수수색과 달리 물리력을 수반한 강제 처분이 아니며, 조사 대상자의 ‘임의에 의한 동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과징금 부과에 관한 공정위의 광범위한 재량, 조사방해죄에 의한 형사처벌 위협은 동의의 임의성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법적 형식인 ‘임의조사’와 현장에서 체감하는 ‘반강제성’은 별개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법원의 이번 집행정지 결정은 그 선례적 가치가 매우 크다.
공정위 조사를 둘러싼 학계와 실무의 문제 제기를 단순히 공정위 조사권의 제한 차원에서 이해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국가 권력의 행사가 제한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 헌법상 적법절차가 지켜지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의 인권과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행정조사 제도의 근본적인 구조, 즉 ‘협조 의무’와 ‘위법한 조사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의 양립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요구한다.
한화의 사례는 조사에는 성실히 협조하면서도 특정 조사행위와 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엄정히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 통지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현장조사 자체에 불응한 쿠팡 사례와는 구분된다. 두 사례를 ‘공정위 조사에 대한 기업의 반발’이라는 같은 잣대로 묶는다면 공정위의 조사 권한이 어디까지 허용되고, 조사 과정에서 어떤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 묻히게 된다.
행정기관 권한 행사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절차다. 시장의 불공정을 밝혀내는 일 못지않게 그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은 중요하다.
현장조사를 둘러싼 논란은 공정위가 스스로 조사 관행을 개선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공정위는 방어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높아진 수준에 상응하는 내부 규정과 가이드라인, 조사관의 인식 개선 등을 포함해 전체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목적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절차적 흠결이 정당화될 수 없으며, 행정조사 역시 헌법상 적법 절차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공정거래법 제84조도 “조사공무원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조사를 하여야 하며,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엄격한 절차 준수만이 공정위 조사권 행사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것이다.
이주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