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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정의 국제 통상 읽기 <7> 연례 재검토 체제로 들어간 USMCA

기로에 선 북미 시장 통합… 공급망 추적 가능성 중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 이 올해 발효 6주년을 맞아 7월 1일(이하 현지시각) 첫 공동 검토를 시행하고 연례 재검토 체제로 들어갔다. USMCA의 전신은 1994년 미국 클린턴 정부 당시 출범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다. NAFTA는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관세를 낮추고 상품· 서비스 무역과 투자에 관한 공동 규범을 마련하면서 북미 시장 통합의 법적 기반이 됐다. 이후 트럼프 1기 정부는 자동차 원산지 규정과 노동·환경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재협상을 추진했고, 그 결과 NAFTA를 대체한 USMCA가 2020년 발효됐다.


USMCA 공동 검토를 둘러싼 북미 3국의 엇갈린 입장


USMCA는 발효 6주년이 되는 2026년 7월 1일에 공동 검토를 시행해 협정 연장 여부를 논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USMCA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면서 USMCA가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USMCA 협정문상 공동 검토는 제34.7조에 상세하게 규정돼 있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먼저 3국 모두 연장에 동의하면 현행 협정 그대로 16년간 더 유지된다. 반면 한 국가라도 연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협정이 즉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2036년 종료 시점까지 매년 공동 검토하게 된다. 물론 어느 한 당사국이 협정에서 탈퇴하는 것도 가능하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현행 협정을 그대로 연장하는 방안을 선호했지만, 미국은 연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두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USMCA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매년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게 되면서 북미 경제통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화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1기 정부는 NAFTA를 USMCA로 바꾸면서 자동차가 특혜관세를 받기 위한 원산지 규정상의 역내가치비율을 높이고 강력한 노동·환경 의무를 도입하는 등 미국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USMCA 발효 이후 미국의 대(對)멕시코 및 대캐나다 무역 적자가 확대됐다는 점이 불만이다. 미국으로서는 현행 협정을 그대로 16년 연장하기보다 공동 검토 제도를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해 원하는 수준의 개정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멕시코에 대해 에너지·광물 분야의 자국 우대 정책, 투자자 보호에 미흡한 투자 환경, 노동법의 느슨한 집행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캐나다에 대해서는 유제품 시장 접근, 디지털 정책 등 오랜 통상 현안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 기업의 멕시코 투자 증가, 중국의 과잉 공급 문제와 원산지 규정을 우회하는 환적(transshipment) 등에 대응하기 위해 USM CA 규범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전면에 등장했다.


멕시코 입장은 다르다. 멕시코는 USM CA로 개정되는 과정에서 멕시코 사업장의 노동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 대응 노동 메커니즘(RRM)이라는 전례 없는 제도가 멕시코에만 적용되는 등 상당한 부담을 떠안았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멕시코는 USMCA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생산 기지로서 수혜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멕시코가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25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기업이 USMCA를 활용한 북미 공급망 진입을 위해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멕시코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면서 2007년 이후 미국의 최대 상품 수입국 자리를 지켜온 중국을 2023년 처음으로 추월했고, 이후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는 미·중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국으로서 현행 USMCA의 안정적인 존속을 바라고 있다.


반면 최근 미국과 캐나다의 경제 통상 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캐나다 일부 주정부의 미국산 주류 판매 제한과 낙농 및 자동차 관련 조치 등을 미국산 상품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50% 관세를 예고했고, 실제 8월 22일부터 약 200억달러(약 27조6500억원)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그 법적 근거로 그간 관세 부과에 사용된 적 없는 1930년 관세법 제338조가 원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트럭에 대해 2027년 1월 1일부터 지금의 두 배인 5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9월 8일부터 2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15~50% 관세를 차등 부과하는 보복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USMCA 향방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그럼에도 USMCA 자체가 종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NAFTA 시절부터 30년 넘게 축적된 법적·경제적 통합으로 인해 북미 3국의 생산 공정과 공급망은 이미 촘촘히 연결돼 있다. 이를 단기간에 해체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쉽지 않다. 공동 검토에서 연장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협정이 곧바로 종료되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USMCA는 3국 개정 협상을 거쳐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3월 발표한 통상 정책 의제(Trade Policy Agenda)를 보면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미국은 원산지 규정 강화, 환적 방지 및 경제 안보 협력 등을 새로운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 등 비시장경제국의 부품과 소재가 북미 공급망을 통해 미국 시장에 우회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USMCA 논의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수출에서 USMCA 3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을 정도로 북미 시장의 중요성은 커졌고,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USMCA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자동차·철강·배터리·전자 등 분야에서 멕시코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한국 기업에는 원산지 규정상 북미산 또는 미국산 요건 강화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USMCA 개정의 핵심 목표가 중국산 소재와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산 제품 우회 수입이나 원산지 회피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것이기에, 신뢰할 수 있는 대체 공급자로서 한국 기업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USMCA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경제 안보 규범이 북미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다. 미국이 향후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과 양자 협상에서도 유사한 경제 안보 조항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USMCA 개정 협상에 등장하는 원산지·공급망·제삼국 투자 등 경제 안보 관련 규범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중국산 제품의 우회 기지로 인식되지 않도록 공급망의 추적 가능성(traceability)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원재료와 부품 원산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증명할 능력이 앞으로 가격과 품질 못지않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북미 시장 재편은 한국에 또 다른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기업의 강점은 변화하는 여건에 빠르게 적응해 온 데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 역량을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