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로스쿨 랭킹_사립대 1위 고려대] 법조인 멘토단 가동…기숙사 내년 완공

현직 판검사·변호사 한 팀 돼 끈끈한 유대, 최고 수준 교수진도 강점


고려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선후배 간의 끈끈한 결속과 애교심이다. 신법학관·해송법학도서관·CJ법학관 등 4동의 건물이 하나의 ‘법조타운’을 이루고 있는 고려대 로스쿨도 마찬가지다. 100년이 넘은 법대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 받아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법조인 교우회원만 3400명에 이른다. 특히 올해부터는 현직에서 일하는 판검사 각 1명, 변호사 2명이 한 팀이 돼 로스쿨에 재학 중인 후배들의 멘토로 나섰다. 현재 30개 팀이 구성돼 있는데, 팀당 12명의 재학생을 맡는 구조다. 졸업생 멘토단 활동으로 360명의 재학생이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신영호 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재학생들의 교육은 물론 진로 선택과 취업 등에서 고려대만이 가진 끈끈한 유대감이 발휘될 것”이란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고려대 로스쿨의 경쟁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수준의 교수진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대법원장 출신의 이용훈 석좌교수를 비롯해 존 리 미국 연방법원 판사(초빙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과 법조 실무의 권위자들로 구성된 교수진은 학업뿐만 아니라 제자에 대한 애정으로 교육과 진로 개척에 헌신하고 있다. 고려대 로스쿨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법학전문대학원 1기 평가에서 8개 항목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국제 법무 특화…해외 인턴 파견
로스쿨은 각 대학마다 설립 때부터 고유한 특성화·전문화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다. 고려대 로스쿨은 특히 1학년 교육과정을 중시하는데, 이에 기초해 15개 첨단 법 중심의 전문 인증 제도를 운영하며 이를 충실히 이수해야 한다. 해상법·조세법·노동법·공정거래법 등은 고려대 로스쿨의 대표적인 특화 인증 프로그램들이다. 또 국제 법무라는 특성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학생 중 10여 명을 선발해 매년 해외 인턴으로 파견하고 있다. 미국·홍콩·싱가포르 등 고려대 로스쿨과 교류 관계에 있는 대형 로펌들이 주요 파견 기업이다. 학교는 왕복 항공료 등 소요 경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신영호 원장은 학생들에게 틈나는 대로 “서초동 법조타운 근처에서 기웃거릴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로스쿨의 도입 취지와 로스쿨 졸업생들의 진로에 대한 고언 중 나오는 말이다. 신 원장은 “고시 중심의 기존 제도 하에서 서초동에 옹기종기 모여 도토리 키 재기 식으로 나눠 먹는 것은 로스쿨의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률 지식만 잘 알고 있는 법조인만으로는 다변화된 사회현상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법조인의 자격을 갖춰 수많은 사회적 이슈와 갈등의 중재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고려대 로스쿨의 학사 목표다. 신 원장은 “로스쿨 출신이 실력을 쌓아 20년 후 대법관이 되는 것도 좋지만 고려대 로스쿨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하는 것이 더 박수 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로스쿨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 저하 이슈에서도 고려대는 한 발 물러서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변호사 시험 합격이라는 눈앞의 목표에 매달리는 상황에서도 애초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목표 때문이다. 개원 이후 변호사 시험 합격을 문제 삼아 졸업에서 배제한 사례가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법학 부적응 학생은 1학년 과정에서 가려내 진로 지도 등을 강화하고 있다. 휴학률·자퇴율 등이 현저히 낮은 것도 고려대 로스쿨이 학사 관리에서 강점을 보이는 지표다.

내년에 완공돼 2학기부터 입소가 시작될 기숙사 건립은 ‘로스쿨 생활권’ 시나리오의 완성 단계다. 기존 4개의 법조타운에 더해 기숙사 신축으로 진정한 로스쿨 생활권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숙사 건립으로 학기마다 뽑는 6명의 사회 취약 계층 학생들에게 돌아갈 혜택에 대한 기대가 크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생활비에 쫓겨 학업에 매진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신 원장은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다가 성적이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입학 때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이런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생활비 지원도 꼭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로스쿨은 이 밖에 학생지원센터를 통한 취업 지원, 변호사 시험 불합격 졸업생에 대한 지원 등 졸업생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터뷰 | 신영호 고려대 로스쿨 원장


 

“좁은 법조 시장에 매달려서는 안 되죠”

법학적성시험(LEET) 주관으로 바쁜 신영호 고려대 로스쿨 원장을 만났다. 신 원장은 지난 5월부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로스쿨의 발전과 제도 정착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고려대 로스쿨의 핵심 교육 철학은 무엇입니까.
“입학 설명회나 입학 때마다 ‘서초동 법조타운 근처에 얼씬대려면 우리 학교에 오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고요. 물론 판검사나 기존 송무 중심의 법조 활동에서 유능하게 성장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 국한돼 머리를 맞대고 경쟁하는 건 로스쿨 도입 취지와 맞지 않아요.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다양취지이고 고려대 로스쿨도 항상 그 점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로스쿨 지원자 중 어떤 인재를 선호하십니까.
“고민이 많은 부분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법조인의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그동안 신입생으로만 치면 6기까지 거쳤는데, 기본적인 평가 분석 결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학부에서 성실히 공부한 사람들입니다. 전공과 학교마다 달라 일괄 적용할 수는 없지만 자기가 속했던 영역에서 성적이 좋았다는 것은 결국 성실함을 증명하는 것이죠. 이런 학생들이 처음에는 힘들어 해도 나중에는 잘 따라오고 실력도 발휘하더군요. 다음으론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능력입니다. 대표적인 게 어학 실력인데, 네이티브 수준의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학기마다 20~30명은 돼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낮아지는 구조가 논란입니다.
“결국 로스쿨에서 제대로 교육 받은 사람을 인정하는 자격제도로 바꾸면 피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법조인 수가 늘어나는 데 따른 반발 등 신이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죠. 초시 합격률에 비해 재수생의 합격률은 27%에 불과합니다. 과거의 고시 낭인 문제가 다시 드러나는 겁니다. 각 로스쿨마다 합격률 때문에 일부러 졸업을 시키지 않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어요. 고려대는 1학년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서 1차적으로 걸러집니다. 일본에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스스로 폐교한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한국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관계 단체들과 머리를 싸매고 씨름 중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사립대는 고비용 구조 등 재정 문제가 심각합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법령을 보면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책무로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사립대에는 재정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그 대신 로스쿨 설립 시 내건 장학금 비율을 맞추지 못했다며 제재에 나서고 있죠. 문제는 재정 지원을 집행하는 정부 부처가 일원화되지 못한 데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로스쿨 예산 관리는 교육부가 주체인데, 변호사 시험은 법무부 주관입니다. 또 연수생 수가 줄어들면서 남게 된 사법연수원 예산도 법무부 소관이죠.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로스쿨과 연수원의 역할이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연수생은 월급까지 주는 반면 로스쿨에 대한 지원은 일절 없는 게 현실이죠.”

로스쿨 제도 발전을 위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먼저 정부에서 적극적인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 법률로 규정된 의무 사항이기도 하니까요. 학생들도 좁은 법조 시장에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어요. 과거처럼 고시에 합격하면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던 시절을 잊어야 합니다. 학교도 자격시험을 얘기하지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실력 있는 변호사의 소양을 갖춘 인재들을 길러내야 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합쳐지면 로스쿨에 대한 우려가 해결될 것입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기사출처 - 한국경제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4101000983000081&mode=sub_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