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55, 하늘은 맑게 개고 철쭉꽃이 교정을 붉게 장식한 가운데 고려대학교 창립 50주년 기념식은 성대하게 거행되고, 그날 저녁에는 중앙도서관 대열람실에서 내빈, 교직원, 교우 수백 명이 모여 대향연이 열렸다. 고려대학교가 발족한 이래 처음 가지는 성사요, 오래간만에 맞아보는 희망과 광명의 하루였다.”

(유진오, 養虎記, 고려대학교출판부, 1977, 287.)


   위 문장에는 1955년 당시 총장으로서(1952년부터 1965년까지 234대 총장 역임) 개교 50주년 행사를 주도했던 유진오의 다소 격앙된 감격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것은 유진오 주관적인 소감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국운이 쇠락해 가던 1905년에 전문학교로 설립되어 일제 강점기를 버텨내고, 1946년 종합대학교로서 고려대학교가 새 출발을 했다. 그러나 1950년 전쟁 등의 사회요인으로 획기적 발전의 계기를 잡지 못하다가 1955년에 이르러 비로소 미래의 고려대학교를 겨냥한 비전이 설정되었다. 개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모든 사업은 유진오의 면밀한 계획에 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모든 행사가 한 곳(university academism)을 지향하면서 각 행사가 서로 연결되는 정연한 논리가 마치 최고 수준의 논문을 보는 듯하다. 개교 50주년 행사는 고려대학교의 오늘을 있게 한 획기적 전환점이었다.

  

  첨부파일은 개교 50주년 행사의 개요를 기록한 것이다.